간혹 떠올리고 싶은 기억이 떠올려지지 않을 때, 그 기억은 내게 있어 분명히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라 여겨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그 기억을 기억하고 싶은 혹은 싶었던 그 사람은 상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초롱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그의 행동 일부 어쩌면 대부분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와 이별한지 7개월. 7개월만에 10년동안 함께했던 기억을 그렇게 쉽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우리 둘 다에게 미안하고 미안했다.
나는 그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 것일까, 잃어버린 것일까. 최소한 그를 잊은 건 아닐 것이다. 그의 존재가 존재했음을, 그리고 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감을 인식하고 있으니 최소한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의 존재, 시간, 죽음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흔들림없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존재하는 (시간) 동안 혹은 특정 사건을 전후로 일어났던 일들은 어째서 희미한 정도도 없이 송두리째 없어져버린 것일까. 물론 기억해내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 후에 겨우겨우 기억 '일부'를 되찾을 수 있었지만, 잠시나마 기억을 -특히 그와 관련된- 잃어버렸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슬퍼하기에는 이미 충분했다.
반면,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슬퍼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도 있음을 알아버렸다. 이 경우 기억을 '잊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맞을 것이다. 기억을 잃기 위해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더 잊으려 하고 그 기억에서 멀어진 어느 순간, 잊혀진지도 모르는 그때야말로 그것은 잊혀져 있다. 혹시라도 그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슬퍼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그 기억이 기억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일수밖에 없다, 당연히도. 그 기억이 행복했건 그 기억을 사랑했건 간에.
물론 어떤 기억이든간에 내가 살아온 시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잃어서도 잊어서도 안되는 거겠지만, 안타깝게도 기억이라는 것에도 선호가 존재하고 있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선호하는 기억을 더 빨리 잃기도 하고 선호하지 않는 기억을 더 오래 가지고 있기도 하고 기억에 대한 선호는 기억을 기억하는 시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
잊으려 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렇게 잃게 되어서 미안
잊으려 했음에도, 아직 이렇게 가지고 있어서 미안
태그 :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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